[ 서론 ]
저는 프리코스가 종료된 이후로도 꾸준히 최종 코딩테스트 대비 학습을 이어왔습니다. 왜냐면 최종 대상자로 선정될 것이라는 믿음이 있었기 때문입니다. 물론 그 믿음이 약간 불안해질 때도 있었지만, 저의 자기소개서와 지난 한 달간의 학습 과정을 되새겨보면 제가 경험한 성장폭과 몰입 경험이 우테코에서 바라는 그것이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저의 자기소개서를 볼 때마다, 글에 묻어있는 진심이 느껴졌고 이것을 우테코에서도 느낄 것이라는 믿음을 가졌습니다. 덕분에 끝까지 "나는 분명 최종 대상자일 거야..!"라고 믿고 사실은 시도조차 못해볼 수 있는 코딩 테스트를 위해 시간을 많이 할애할 수 있었습니다.
[ 최종 대상자 발표 당일 ]
발표 당일, 오후 3시에 이메일로 합격 여부 통보가 예정되어 있었지만 어째서인지 한 시간 넘게 이메일이 오지 않았습니다. 알고 보니 너무 많은 사람에게 이메일을 보내느라 약간의 딜레이가 생긴 듯했습니다. 위에서 말한 것처럼 저는 최종 대상자로 선정될 것이라는 믿음이 있었지만, 막상 발표가 앞에 다가오니 불안해지고 믿음이 흔들리기 시작했습니다. 더군다나 저와 이전에 페어 프로그래밍 스터디를 했던 인원이 모두 불합격 소식을 전해오고, 제가 가입해 있던 커뮤니티와 오픈채팅방에서도 불합격 소식이 쏟아지면서 "정말 합격하기 쉽지 않구나.. 경쟁률이 정말 높구나.."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렇게 불안한 마음으로 그냥 누워서 눈을 감고 있는데.. 반가운 띵 소리가 들렸습니다.
많은 감정들이 오가며 제일 먼저 든 생각은 "우아한테크코스는 내 진심을 알아봐 줬구나."였습니다. 백엔드 지원자가 대략 3,000명쯤 된다면 그중 200명만 선발한 건데, 사실 4주간 진행하는 프리코스 과정은 의지만 있다면 누구나 풀어낼 수 있는 과정이었습니다. 즉 변별력이 거의 없었습니다. 조금 어려운 과제가 나와야 일부 인원이 실패하면서 인원이 걸러지는 것인데, 우아한테크코스의 과제는 사실상 일주일 동안 인터넷이 허용된 과제니까 마음만 먹으면 누구나 풀어낼 수 있었죠. 개인적인 생각이지만 결국에 우아한테크코스가 인원을 선발하는 잣대의 최소 70%는 지원자의 글에서 온다고 생각합니다. 그니까, 자기소개서나 과제 제출과 함께 작성했던 소감, 회고 등을 말하는 것이죠.
저는 자기소개서, 소감, 회고 등을 정말 진심을 담아서 작성했었습니다. 특히 회고는 존댓말로 작성하는 것이 이상하다고 생각해서 그냥 반말로 작성 후 제출했습니다. 덕분에 깊은 회고가 가능해서 5000자를 꽉 채워 제출했었습니다. 이런 점들에서 저의 진심이 묻어 나왔고 우아한테크코스에서 그것을 알아봐 준 것이라고 믿고 있습니다.
1차 합격 통보 이후, 최종 코딩테스트는 바로 일주일 뒤였고 그 시간 동안 거의 대부분 기수의 최종 문제들을 풀어봤습니다. 사실, 코딩 실력은 이렇게 벼락치기를 한다고 좋아지는 것이 아니라 평소에 많이 해야 좋아지기 때문에, 그리고 저는 평소에 코딩 공부를 정말 열심히 해왔었기에 학습에 대한 큰 압박감을 가지진 않았습니다. 이전 기수의 최종 코딩테스트 문제들도 크게 어려움 없이 5시간 내로 풀어왔습니다. 따라서 최종 코딩테스트 직전이라고 막 하루종일 늦게까지 공부하는 것이 아니라, 하루에 6시간 정도 적당히 하고 컨디션을 챙기는 데에 집중했습니다. 특히 평소에 꼬여있던 생활패턴을 되돌리려고 노력했고, 장도 안 좋은 편이라 이것을 개선하려고 했습니다.
[ 최종 테스트 당일 ]
완벽한 컨디션을 위해 전날 시험장 바로 옆의 숙소에서 잤습니다. 생활패턴을 되돌리려는 노력은 성공했고 아침 9시에 일어나게 되었습니다. 아침밥은 시험 도중 배가 아플까 봐 포케를 먹었는데, 사실 과거로 되돌아간다면 그냥 탄수화물을 먹었을 것 같습니다. 시험 중에 조금 어지러워서 잠깐 복도를 나갔다 왔거든요 :(
어쨌든 최종 테스트 당일의 컨디션은 꽤나 괜찮았습니다. 지금까지 이전 기수의 최종 문제들을 풀어봤을 때 큰 문제없었기에.. 사실 이 컨디션이면 무조건 구현을 완벽하게 해낼 수 있다고 자신감 넘치는 상태였습니다. 그리고 실제로도 불안한 마음과는 대비되게 꽤나 여유로운 태도로 시험에 임했습니다. 중간에 포비(캡틴)가 들어와서 지원자분들에게 어떤 말을 전달하는데, 모두가 코딩에 이입하느라 잘 안 들어주는 것 같아서 저는 이어폰을 빼고 들었습니다. 사실 도대체 왜 이런 여유를 부렸는지 조금은 후회스럽습니다. 또 중간에 코치님이 아무리 바빠도 중간에 복도 나가서 기지개 한번 피고 스트레칭 하는 게 도움 된다고 해서.. 진짜로 중간에 복도 나가서 기지개 한번 피고 스트레칭하고 또 복도에 계시는 포비께 인사하고 들어왔습니다... 하하 너무 말을 잘 들어서 탈이었어요..
이렇게 시험 시작 이후 3시간 동안은 여유로웠다가, 시험 종료가 한 시간 남짓한 상황에서는 갑작스럽게 압박에 시달리게 됩니다...
왜냐면 코치가 혹시 모르니까 일단 과제를 제출한 다음 테스트 코드가 통과되는지 확인하라고 하셨거든요..! 그런데 테스트 케이스 5개 중 1개 통과라는 충격적인 메시지를 보고 갑작스러운 시간 압박에 시달리게 됩니다.
다행히 테스트 케이스를 통과하지 못했던 것은 사소한 문제였어서 이후 3/5까지 올렸지만, 나머지 두 개는 끝까지 해결하지 못한 채로 제출하게 됩니다.
통과하지 못한 두 개의 테스트는 분명 프로그램의 출력 값과 테스트 코드에서 검증하는 값이 동일한데, 왜인지 모르게 맨 마지막에 NoSuchElementException이 발생하면서 테스트 케이스가 실패하게 되었습니다. 따라서 이것은 비즈니스 로직 에러보다는 무언가 다른 원인의 에러라고 판단하고, 일단 무시한 채로 아직 미처 구현하지 못한 4번 기능을 구현하기로 합니다.
근데.. 시간을 확인해 보니 벌써 15분 정도밖에 남지 않았더군요. 일단 스파게티 코드라도 4번 기능을 구현하자! 하고 빠르게 비즈니스 로직을 작성하는데, 남은 시간 안에 마칠 수 있는지 확신할 수 없는 상태였습니다. 따라서 4번 기능 구현을 포기하고, 남은 시간에 소감문을 작성하는 판단을 하게 됩니다. 그 짧은 시간의 압박 속에서 4번 기능 구현은 성공하거나 실패하는 도박이라고 생각했고, 소감문 작성은 무조건 성공하는 수라고 생각했습니다. 저를 어필할 수 있는 자그마한 공간이니까요..! 만약 4번 기능 구현을 성공했더라도 시간문제로 인해 소감문은 빈칸으로 남겨뒀어야 할 것입니다.
결론적으로,
저는 최종 코딩테스트에서 "돌아가는 쓰레기를 만들자!" 보다는 약간 여유로운 태도로 "돌아가는 프로그램을 만들자!" 혹은 "돌아가는 재활용쓰레기를 만들자!" 정도로 임했고. (코드가 어느 정도는 깨끗해야 한다!라는 뜻입니다. 덕분에 초반부에 작성했던 코드들은 비교적 깔끔한 모습입니다.)
결국에는 1, 2, 3, 4번 기능 중에 4번 기능은 구현을 하지 못했습니다.
또, 테스트 코드도 5개 중 3개 통과하는 결과를 가지게 되었습니다.
[ 결과는 아무도 장담할 수 없다 ]
이렇게, 스스로 최종 코딩테스트를 잘 해냈는지 못 해냈는지 확신할 수 없는 애매한 단계로 테스트를 끝마치게 되었습니다. 저는 기능 100% 구현이 목표였기에 분명 목표는 달성하지 못했지만, 최종 테스트가 모든 기수 통틀어서 역대급으로 어려웠다는 평가를 받을 정도로 특히 오류 처리가 꽤 복잡했고 5시간 안에 끝마치기엔 구현량이 매우 많았습니다.
최종 코딩테스트 종료 당시에도 이곳저곳에서 한숨과 탄식이 터져 나오고.. 웃음소리는 모두 사라진 상태였습니다. 아마 많은 분들이 기능 100% 구현을 목표로 하시고 실패하신 듯했습니다. 이후 역시 커뮤니티나 오픈채팅방에서도 많은 분들이 구현을 못했고, 망했다는 이야기들이 나왔습니다.
많은 사람들이 최종 코딩테스트를 생각보다 못 봤기 때문에, 내가 못 봤어도 합격할 수 있다는 뜻이 아닙니다.
저는 최종 코딩테스트가 저희가 경쟁 사회에서 많이 경험했던 "커트라인", "줄 세우기" 등의 심사 프로세스와는 아예 다르다고 생각합니다.
포비가 많이 말했던 것처럼, 사실 최종 코딩테스트의 본질은 "프리코스를 본인 힘으로 했는지 확인하는 과정"입니다. 실제로 최종 코딩테스트는 프리코스를 본인 힘으로 했다면 어렵지 않게 풀 수 있을 것이라고 했고, 합격 후기를 찾아보면 코딩 테스트를 망쳤는데도 합격한 사람도 많습니다. 심지어 코딩 테스트에서 모든 기능을 구현하고 모든 테스트를 통과했는데도 불합격한 사람도 있습니다.
결론적으로, 최종 코딩테스트 결과에 상관없이 합격자 발표 날이 되기 전까지는 아무도 결과에 대해 장담할 수 없다는 것입니다.
이런 생각들을 한 이후로 불안함에 최종 코딩테스트 결과를 평균과 비교하며 미래를 예측하는 일을 그만뒀습니다.
그저, 1차 합격자 발표 때처럼 믿으며 기다릴 뿐입니다.
[ 개인적인 이야기들 ]
저는 초등학교 4학년때부터 코딩을 시작해서 학창 시절 내내 코딩에만 몰입했습니다. 그래서인지 학업 스트레스가 되게 많았습니다. 제가 원하는 코딩 공부를 하려면 대학교에 가야 하고, 대학교를 가려면 코딩과는 관련 없는 학교 과목 공부를 해야 하는 것이 이해가 되지 않았습니다. 고등학교 때에는 많은 친구들의 꿈이 아직 정해져 있지 않고, 그저 성적에 맞는 대학교와 과에 가서 그것에 맞는 직업을 삼는다는 것이 정말 이상하게 느껴졌습니다. '직업'이라는 것은 인생의 과반수 이상을 차지하는 중대한 결정인데, 이것을 사회적인 시스템에 의해 반강제적으로 정하고 그것에 따른 삶을 사는 것이 정말 끔찍해 보였습니다. 한편으로는, 우리는 그냥 우주의 먼지일 뿐인데 당장의 행복을 좇지 않고 미래의 부유나 행복을 위해 고통스러운 타의적 삶을 참아가는 것이 대단해 보이기도 했습니다. 이렇게, 저는 어릴 때부터 하기 싫은 걸 참고 시스템을 따르는 게 너무나도 싫었습니다. 물론, 저처럼 당장의 행복만 좇으며 살다 간 돈이라는 현실에 벽에 막힐 수도 있지만.. 내가 행복한 일을 찾고 그것을 공부하면 행복과 돈이 자연스럽게 따라올 수 있다고 생각했고 실제로 그렇게 살고 있습니다.
고등학교 3학년때도 이런 마음으로 "대학교를 갈 수 있든 말든, 그것은 내 인생에 아무런 영향을 못 끼치고 내 마음대로 할 거다"라는 생각을 했고 실제로 대학교 지망을 쓰는 서류에 죄다 성적에 비해 턱없이 높은 대학교를 썼습니다. 그런데 정말 운이 좋게도 그중에 그나마 덜 높게 쓴 대학교에 붙었고, 결국 대학교를 다니게 되었습니다. 하지만 막상 대학교를 다니게 되니 수업의 수준도 그렇게 높지 못하다는 생각이 들었고, 이미 중고등학교 시절에 모두 배워서 알고 있는 것들만 커리큘럼에 있었습니다. 그래서 제가 잘 모르는 분야를 배우기 위해 3D프린팅을 수강했습니다. 근데 수업에 들어가니 이미 작년에 3D프린팅을 수강해서 해당 분야를 잘 아는 학생들만 있더라고요. 그래서 교수님도 학생들이 이미 어느 정도 알고 있다는 가정 하에 강의를 진행하셨고. 결국 저는 상대 평가에 의해 점수를 낮게 받았습니다.
그래서 이런 생각이 들었습니다. 모두가 대학교 성적을 높게 받고 싶어 하잖아요? 대학교 성적은 기록에 남는 것이고 성적이 좋으면 장학금도 받으니까요. 그러면 모든 학생이 자신이 이미 잘하는 분야의 강의를 신청하지 않을까요? 그러면, 저는 왜 리스크를 걸고 제가 모르는 분야의 강의를 신청해야 하는 거죠?
이 시점에서 저는 대학교에 대한 모든 의욕을 잃었습니다. 더 이상 배울 것도 없고, 매년 몇백만 원의 쓸모없는 소비로만 느껴졌습니다. 따라서 대학교를 1학년 이후 자퇴했습니다.
그렇게 홀로 컴퓨터를 독학하기 시작한 이후, 우아한테크코스라는 개발자 교육 기관을 발견했고 우아한테크코스의 가치관이 제 생각과 꽤 많이 부합하다고 느꼈습니다. 포비가 현세대의 대학교는 쓰레기 같은 시스템이라고 말한 것도 공감이 되었고, 현 사회에 반란군적인 기질을 가진 개발자가 성공할 수 있다고 해서 많은 위안을 얻었습니다. 이런 저에게 우아한테크코스는 새로운 기회로 느껴졌고 자기소개서에 저의 가치관을 진심으로 담아서 지원해 봤습니다.
그래서인지 지금까지 제 삶에서 제일 간절한 순간이 최종 발표를 기다리는 요즘인 것 같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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